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영화로 치면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처음 눈에 넣게 되는 그런 극적이고도 운명같은 장면말이다.
2006년 1월 2일자로 이우학교 내에 있는 '함께여는교육연구소'에서 대안교육에 관한 첫걸음을 떼었을 때 내 눈에 들어왔던 아이들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내가 알고 있는, 혹은 나의 모습과도 같은, 당시 좋아했던 표현인 '학습된 무기력'에 길들여진 고등학생이 아닌, 청소년의 때가 어떤 때인지 알기라도 한 듯한 자신감있고도 당찬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 내가 10년만 늦게 태어났어도 정말 이런 학교 다니고 싶어했을 텐데...'
고등학교 3년은 잠으로 보내고, 장학생으로 합격한 지방의 한 대학교를 내려놓고 재수에 이어 삼수에 이은 내 젊은 청춘 5년이 그들을 보노라니 아깝고도 아깝게만 느껴졌던 그런 기억이 있다.
1.
www.ceri.re.kr
그래서 대안교육, 대안학교하면 일단 참 생생(生生)한 학교라 정의하게 되었다.
당시 느낀 느낌으로는 대안학교란 '졸거나 잠자는 학생'이 없는 학교라고 정의해도 됨직해 보였다.
함께여는교육연구소는 이우교육연구소가 사단법인하면서 이우학교 같은, 그러나 다른 학교(이종적 동종)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이우학교의 설립과 함께 만들어진 연구소이다.
당시엔 총무의 업무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서기, 회계 등 주어지는 다양한 업무를 진행했었다.
태백시교육환경개선을 위한 연구컨설팅에 동참했고, 직무연수, 교사워크숍, 대안교육한마당, 개방형 사립고(자율형 사립고) 발전 방안 연구 등 교육연구소로서 필요한 일들을 기획해 내시는 소장님을 통해 많이 배웠다.
얼마 전에 이수광선생님(현 이우학교 교장)을 직무연수 강사로 초청했는데 현재 특성화학교로서 이우학교는 대안학교라기보다는 좋은 교육을 선도하는 혁신학교의 개념에 더 가깝다고 하셨다. 그 말에 동의가 된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벌써 6년이 지난 과거의 일이니...하여튼 이우학교는 교사와 학생이 살아있는 대안학교로서 내 기억에 자리잡고 있다.
2.
www.leadershipkorea.org
한국리더십학교는 내 청소년기에 대한 보상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청년기 때의 선물이다.
대안학교라고 정의하기에는 모호한 감이 있지만 정규과정이 아닌 비정규과정으로 특수한 교육적 목적을 위해 설립된 것이라는 점에서는 대안학교이다. 20대의 마지막 가장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싶었는데, 나는 한국리더십학교를 통해서 신앙과 공동체, 그리고 사명을 얻었다. 진정한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 크리스천 리더십으로서 섬기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으로서 통일한국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배웠다.
이장로교장선생님과 5기 그리고 동문들을 통해서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듯이 사람이 사람을 만드는 것을 알게 한 공동체가 바로 한국리더십학교이다.
한국리더십학교에서는 기독교사상 일반, 리더십, 각 영역별 통일한국과 관련하여 배운다. 손봉호교수님, 이승구교수님, 이장로교수님, 윤덕룡박사님, 김지철목사님,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장관님, 최형욱이사님 등 사회 각계 전문들가들께서 기꺼이 토요일을 헌신하며 학생들을 깨우쳐주신다. 학생들은 매주 강의를 요약하고, 필독서 1권을 읽고 컨셉을 제출한다. 여름과 겨울에는 일주일동안 합숙하면서 못다한 공부를 진행한다. 강의는 매주 토요일에 있지만, 1년의 교육과정을 보내고 나면 주어진 지식과 학습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배우게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졸업 후엔 또 얼마나 더 많이 공부해야하는지도 알게 된다. 그리고 매년 여름에는 20여일간 미국 LA, NY, D.C., Chicago로 필드스터디를 떠난다. 필드스터디의 꽃은 바로 윌로우크릭교회에서 매년 진행되는 리더십써밋이다. 그곳에서 빌하이벨스, 마커스 버킹햄, 콜린 파웰, 커크 프랭클린, 헨리 클라우드, 지미 카터, 웬디 콥, 리차드 커티스 등 미국적이나 때론 세계적인 리더십들을 만날 수 있었다.
3.
www.lifetrees.net
교육, 특히 가르치는 일로 평생 업을 삼고자 작정이 되었을 때 나는 교육대학원을 지원했었다. 그리고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생명나무학교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나는 꿈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내가 꿈꾸던 학교를 만났다.
- 해외 순환 캠퍼스 (당시 포천, 필리핀)
- 무학년제
- 1:5 이하의 AA 시스템
- 수준별 맞춤형 교육
- 이웃의 행복을 준비하는 사람들
이런게 가능하리라 생각도 못했고, 가능하더라도 아직은 미숙한 시도에 불과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난 이미 홈페이지 속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고, 가슴은 뛰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모집하는 교사는 국어와 과학선생님에 무급 인턴 1년. 나는 법학과를 졸업했지만 대안학교이니 국어는 가르칠 수 있지 않느냐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이메일을 드렸고 죄송하다는 답신을 받았다. 대학원과 생명나무학교 지원에 모두 낙방하고 있던 찰나에, 얼마 지나 일요일 아침에 문자를 받았다. 생명나무학교에 아직 생각있다면 면접한 번 보자는 것이었다. 바로 다음 날 영월에 가서 교장선생님을 만나뵈었고, 나는 생나인이 되었다. 그리고 대학원도 추가합격했지만, 나는 필리핀으로 생명나무학교의 사회 선생님이 되어 떠났다.
생명나무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첫째가 헌신된 교사이다.
대안학교의 여러가지 사정상 교사의 변동은 1년에도 몇 번씩이다. 그러나 생명나무학교의 교사들은 다르다.
둘째가 무학년제의 맞춤형 커리큘럼이다.
선교사 자녀들과 일반 학생들로 구성된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각 과목별로 반이 편성되고 수업이 진행된다. 맞춤형 수업은 몇년간 학업을 지속하지 못해 한국어 읽기도 어려웠던 선교사 자녀들이 단 몇 년만에 국적 수업을 이해하고 검정고시에 통과한다. 2008년 당시에 공부했던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마치고 한국교원대, 숙명여대 등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생명나무학교의 교육이 여러가지로 잘 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물론 지루한 얘기이지만 대학진학률이 대안교육의 성과척도는 아니다).
셋째가 해외 순환 캠퍼스이다.
2007년부터 필리핀에 캠퍼스를 개척하고, 포천과 필리핀에 학교를 두고 교사와 학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해외의 다양한 문화를 통해 배우게 되는 세계적 감성은 갇힌 공간에서 학습하는 지식과는 다르다. 비행기를 타고 타지의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배움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다만 아쉽게도 생명나무학교는 필리핀 캠퍼스에서 철수했고, 현재 제주도 애월읍에 정착하고 있다. 언젠가 또 해외 캠퍼스가 구축되고 아이들의 학습영역이 확대되리라 믿는다.
4.
www.kedi.re.kr
한국교육개발원은 내가 두 말 해서 무엇하겠는가.
이 곳에서는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홍보실에서 매일 중앙지 및 경제지 14개의 신문을 스크랩하면서 세상을 분석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 매일 매일의 언론 동향 분석을 통해 어떻게 이슈를 파악하고 책(교육개발 등)을 만들어 내는지도 배웠다.
그리고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쏟아지는 연구자료들을 보노라면 개발원 홈페이지 속에서 살아도 여기가 천국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개적이며 전문적이니 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
5.
www.seoulallnet.org
서울시대안교육센터에는 대안교육과 관련된 자료가 참 많다.
2007년도에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의 수주를 받아 제작한 대안교육백서나, 대안교육연구컨설팅, 커리큘럼연구자료 등 다양한 연구물들을 홈페이지에 축적하고 있다. 그래서 자주 들어가 하나씩 다운받아 읽곤 했었다.
그리고 기회가 되어 교육연구팀장으로 일하게 되었다.
센터는 현재 20개의 네트워크학교(추가 되면)와 5곳의 징검다리 학습공간을 구축하며 서울은 즐거운학교다를 구체화하고 있다. 작년에는 노원구 학업중단예방을 위한 종합실태조사를 실시하기도 하였고, 대안학교 디렉터 양성과정인 언젠가학교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매년 1만 3천여명의 학업중단 청소년이 발생하고 있는 서울에서 센터의 역할은 막중하다. 대안교육연대가 전국의 비인가대안학교 연대라고 한다면, 서울시대안교육센터는 서울의 비인가대안학교 지원기관이다. 대안학교를 시작하고자하면 공간 마련과 교사 인건비 마련이 가장 큰 재정적 문제로 대두되곤 하는데, 센터에서는 유일하게 학교마다 인건비를 지급하고 있다. 이 인건비는 각 기관이 대안교육을 지속할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