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바심과 조급함.
대학을 남들보다 늦게 들어갔다. 그래서 그런지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조바심이 났다. 고시라는 것을 조바심의 열정으로 극복하려했다. 금새 길을 잃었고, 테두리가 주는 안위함으로 20대의 열정이 그렇게 꺼졌다.
3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길을 묻고 있다. 1차적 진로를 정하고 보니 보다 각론화된 진로를 알고 싶어진다. 그래서 그런지 이거다 싶은 것을 찾게 되거나 그런 분을 알게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마치 그것 혹은 그분으로 인해 나의 인생을 보상받으려는 듯이.
조바심과 조급함은 오늘도 내 심장을 두드리며 나를 어디론가 채찍질해간다. 그러나 인생의 전반전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은 조바심과 조급함이 삶의 진리의 언저리를 맛보게 할 순 있지만 성숙시키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항상 풋열매를 맛보게 했다. 오히려 삶을 더욱 더 깊이있게 확장시키는 것은 잠잠함, 준비함, 내다봄, 끈기있음 등 겉으로는 마치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 보이지만 쉼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는 동명사들이었다. 씨앗은 떠돌아 다닐 순 있지만 나무는 정착이 성장의 근간인 것이다.
난 아마도 평생 길을 묻고 찾을 것이다. 이미 경험해 왔듯이 잠시 길을 잘못들었다해도 낙망하거나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바심과 조급함의 방문에는 항상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그때에는 가능하면 삶의 순간을 지키며 만족하는 일에 더욱 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입질이 온다고 무조건 낚시대를 들어올리는 사람은 진정한 낚시꾼이 아니기에.2013.8.26(월)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리오.
'Leo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살리는 인생, 사람살리는 교육_한양대 동문 기사 (0) 2013.10.08 마음 한 켠 전시관 (0) 2013.09.15 인간의 학명(學名) (1) 2013.07.15 뉴스레터 만드는 법 (0) 2012.08.10 내용이냐 형식이냐 (0) 2012.03.09